목적에 맞는 카페 찾기 – 책 읽을 때, 작업할 때, 수다 떨 때 각각 다르다
카페를 고를 때 목적이 먼저다. 책을 읽으러 갈 때, 노트북 작업을 하러 갈 때, 누군가와 수다를 떨러 갈 때 — 각각 어울리는 카페가 다르다. 커피값 대비 월등한 만족감을 얻는 나만의 카페 선택 기준을 정리한다.

뉴욕에는 한 블록에 두 개씩 점포가 있는 곳도 허다할 만큼 스타벅스가 많다. 그러나 스타벅스 외의 다양한 카페가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카페 문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음악인의 나라 오스트리아, 예술의 나라 프랑스, 정열의 나라 스페인도 유명 예술인들의 자취가 담긴 유서깊은 카페들은 많으나 이 곳들은 온전한 카페라기 보다는 레스토랑을 겸하는 경우가 많고, 관광객으로 드나드는 사람들로 항상 시끌벅적하다. 중국, 루마니아처럼 아직은 공산주의의 영향이 일상의 곳곳에 남아 있는 곳에서는 향기로운 커피를 여유있게 즐기는 카페 문화가 덜 발달되어 있다. 물론 상하이 등은 조금 예외이지만.
이런 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류의 카페가 곳곳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무척 다양하다. 크고 작은 카페, 유명브랜드 또는 개인창업 카페, 음료나 기타 메뉴로 승부를 보는 카페 등 너무 다양해서 다 알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풍족한 인프라를 여러 가지 목적에 맞게 이용하면 커피 값 대비 월등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한가로이 책을 읽고자 할 때 종종 카페를 찾는다. 집에서는 텔레비전과 침대가 계속 나를 부를 것만 같고, 출퇴근 하는 지하철에서도 틈틈이 책을 보지만 생각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 한 권을 독파하는 것이 꽤 편안한 휴식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새는 북카페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카페들이 너무 많다. 삼청동 길 안쪽에 있는 북카페들 중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에 다양한 분야의 책이 수천 권 구비된 곳도 있다. 카페 주인이 직접 골라 리뷰를 거쳐 책들을 업데이트하고, 기존 책들은 조금 저렴하게 팔기도 한다. 평소에는 늘 내 취향에 맞는 장르의 책만 구입하게 되는데, 이런 곳을 찾는다면 관심 가지지 않았던 분야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쉽게 한 권을 꺼내 들 수 있다. 홍대 근처에는 독창적인 컨셉의 북카페들이 몰려 있어 가벼운 만화책, 디자인 서적을 보며 우뇌의 활성화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요즘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일이 밀려들어 머리가 복잡해지면 만사를 제쳐두고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정리부터 한다. 운영하는 블로그를 방치하다가 다시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한 두시간 정도 시간을 쏟아 붓는다. 이럴 때는 무조건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향하는데, 가장 먼저 무선 인터넷 사용이 무료인지, 콘센트가 충분히 있는지부터 따져 본다. 그리고 이때는 주변이 조금 시끄럽거나 사람이 많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용도로 스타벅스를 즐겨 찾는다. 작업을 마치고 바로 전철을 타야 할 경우, 넓은 공간에서 사람들의 수다 소리에 덜 영향을 받고 싶을 때, 시끄럽지만 다닥다닥 붙어 앉아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나만 알 것 같은 위치에 콕 틀어박혀 있는 곳을 찾고 싶을 때, 광화문 광장의 북적거림을 눈으로 즐기고 싶을 때, 각각의 이유에 맞게 찾아간다.
좀 더 나아가 자기경영카페라는 곳을 들어 보았는가? 한때 민들레영토나 TOZ는 카페라는 개념보다는 회의, 세미나 등의 모임을 갖기 좋은 장소로 각광받았다. 민들레영토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TOZ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자기경영카페는 카페의 컨셉이 훨씬 강하고, 그 안에서 자기경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다. 동영상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집에서는 인터넷만 하고 놀 것 같고, 도서관을 가자니 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것이 싫을 때, 주말에도 밀린 일을 해야 하는데 죽었다 깨도 사무실에 발을 들여 놓기는 싫을 때,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가지만 누군가와 즐거운 대화도 좀 나눠 보고 싶을 때 이런 공간이 제격이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개인 스탠드와 콘센트가 컴퓨터 작업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고, 나태해지기 쉬운 자기성장의 열정에 꾸준히 자극을 줄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는 수다떨기가 카페를 찾는 메인 목적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는지 아주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혼자 갈 때는 내 기분과 하려는 작업의 경중을 고려해서 구석구석 찾아 다녀보자. 차별성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 대형 브랜드 카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카페는 훨씬 아늑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공간,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공간, 적당한 긴장감으로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히 괜찮은 곳이다.
Summary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기 전에 내 기분과 목적에 맞는 공간을 고르는 일이다. 책을 펼치고 싶을 때, 밀린 작업을 털어내고 싶을 때, 혼자이지만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할 때 — 각각 어울리는 카페가 따로 있다. 목적 하나만 분명해도 커피 한 잔의 무게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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