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가 어디 붙어있는 나라지 – 지구를 손 안에 돌리는 즐거움
짐바브웨, 파푸아뉴기니, 파타고니아, 보츠와나. 들어는 봤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는 나라들이 너무 많다. 지구본을 꺼내 낯선 이름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몰랐던 세상이 조금씩 넓어진다.

자유로운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내가 정말 좋은 시대에 태어났음을 피부 속 깊이 느낀다. 이렇게 해외여행이 쉬워지면서 책, 인터넷, 케이블TV, 공중파방송 등으로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정보도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다. 어느 토요일 아침 눈을 비비며 아침을 먹으려고 앉아서는 무심결에 TV에서 짐바브웨 라는 나라의 때묻지 않는 자연을 보게 되었다. 그때 우연히 든 생각 하나. “짐바브웨? 들어는 본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지?”
불과 몇 십년 전에는 외국 사람들이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들으면 했을 법한 생각을 내가 하고 있던 것이다. 외국인들이 일본인과 중국인은 알면서 한국인을 모르는 그 반응에 서러웠던 기억은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그 존재는 얼마나 서글플까? 내가 모르는 나머지 60억 인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구본이나 세계지도를 꺼내 보라.
이 생각을 하고 지구본을 눈 앞에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이름이 비슷해서 맨날 헷갈린 파푸아뉴기니와 파타고니아였다. 많이 들어보긴 했는데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하게 검색해서 대륙 정도만이라도 확인해볼 것. 파푸아뉴기니는 오스트레일리아 바로 위에 있는 섬으로 제법 큰 섬이었는데 그 중 동쪽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이 곳으로 출장간 친구가 생각났다. 그래도 완전 오지의 어느 구석은 아닌 듯하여 친구가 덜 걱정 된다. 파타고니아는 국가 이름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친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약 1000마일을 부르는 지명이라고 한다. 덥기만 할 것 같은 그 곳에 안데스의 빙하로 만들어진 피오르드 지형이 있고, 넓디 넓은 평원도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이름은 들어봤지만 위치를 몰랐던 나라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반대로 지구본을 눈으로 스캐닝하면서 생소한 곳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생소함과 낯설음 그 자체인 아프리카부터 볼까?
북아프리카 쪽은 세계사나 세계지리를 배울 때라도 들어봄직한 나라들인데 서쪽에 있는 모리타니, 기니비사우, 부르키나파소, 말리, 시에라리온 등은 이름을 읽는 것도 어렵다. 이 나라들 부근에 월드컵을 통해 알게 된 토고, 내전으로 시름하고 있는 코트디부아르도 있다. 모리타니는 사하라 사막 서쪽에 위치한 나라로 군사쿠데타 등으로 조용하지는 않지만, 얼마 전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한 영국 회사가 이곳 모리타니 광구에서 가스 시추에 성공했다는 소식도 있는 것을 보니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도 아니었다. 시에라리온은 왠지 에반게리온과 관련 있을 것 같지 않은가?
TV를 보며 감탄했던 짐바브웨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인접한 나라이고, 그 서쪽으로 보츠와나, 나미비아라는 국가가 있다.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광활한 초원과 그 곳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인데 보츠와나에서도 역시 사파리투어가 가능하다. 그 중에 코끼리가 특히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나미비아는 오랫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지배를 받아왔지만, 1990년에 독립을 하고 지금은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발전한 나라이다. 이 나미비아 바로 위가 앙골라인데 입사 직후 갈 뻔했던 곳이라 그런지 더욱 눈 여겨 보았다.

전혀 모르던 곳을 찾다 보니 지구 반대편에도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벌써 이런 곳에 발도장을 꽝꽝 찍고 온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너무도 좁다는 사실에 다시금 겸허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좋은 여행지를 뒤로 하고 아직 때가 덜 묻은 곳에 가보고 싶다는 신선한 도전의식도 솟아 오른다.
이 커다란 지구를 내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낯선 이름을 찾아내는 즐거움, 한쪽 벽을 차지할 만큼 넓은 세계지도를 들여다 보며 나와 먼 거리에 사는 사람들을 궁금해하는 호기심. 아름다운 지구에 사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기분 좋은 사치이다.
Summary
지구본을 돌리다 보면 이름도 낯선 나라들이 거기 있다. 짐바브웨, 보츠와나, 파타고니아 — 모르는 곳이 많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보다 즐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내가 알던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닫는 것, 그게 지구본 하나가 주는 가장 솔직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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