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청중과 함께 하라 – 능력보다 열정이 설득을 완성한다

프리젠테이션을 완성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발표자도 열정이 없으면 청중을 잃는다. 청중을 최고의 위치에 놓고 함께하는 열정, 그것이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의 시작이자 끝이다. 발표 기술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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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OO조합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 사업 제안 설명을 이 실장의 동료인 B팀의 조 실장이 진행하고 왔다. 조 실장의 프리젠테이션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설명을 들었건만 다음 날 사업은 진행하되 사업 진행의 PM을 조 실장이 아닌 다른 PM으로 교체해 달라는 협상 조건이 붙었다. 사업 수주를 하였으니 제안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조 실장이 문제라는 뜻인데 조 실장은 뛰어난 프로젝트 진행 능력과 기술력을 겸비하고 있는 인재다.

문제는 사소한 데서 일어났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질의응답 시간에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요즘 B2B 사업은 다들 힘들어 하는데 우리가 이번에 진행할 e-마켓플레이스가 과연 우리 조합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요?”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의례적인 것이었는데, 그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 조 실장이 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잘 안 되는 추세라고 답변하자 고객사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사업이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밀어붙여도 힘든 판에 PM이 자신 없어 하는 태도를 보이니 그 PM과 함께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조 실장과 같은 사례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수년 뒤 이 실장도 수주는 하였으나 PM을 교체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역시 프리젠테이션을 수행한 PM 후보는 이 실장의 팀원 중 가장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고객사는 그러한 요청을 해 왔다.

문제는 역시 사소한 데 있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별 의미 없이 “컨설팅하게 되면 보통 몇시쯤 퇴근하세요?”라는 질문에, “그걸 어떻게 꼬집어서 말할 수 있나요? 혹시 몇 시까지라고 말하면 그 시간을 보장해야 하나요?”라고 답변하자 고객은 기분이 상한 것이다.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 뭔가 빼는 듯한 태도가 고객은 영 미덥지 않은 것이다.

과거 이 실장의 초보 팀원 중에 사업 수행 능력이나 제안서 작성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직원이 있었다. 이 실장은 그를 아끼는 마음에 부족한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다듬어 주겠노라고 개별 지도를 자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실장은 딱 한 번의 프리젠테이션 실습 이후 더 이상 그 팀원을 개별 지도에 부르지 않았다. 그 팀원도 다시 개별 지도를 요청하지 않았다.

앞서 말한 예의 공통적인 문제는 열정이다. 그 초보 팀원도 일은 잘 하지만 프리젠테이션하는 데 도무지 열정이나 힘을 찾아볼 수 없어서 개별 지도를 하는 것을 이 실장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열정이 없는 프리젠터는 결코 프리젠테이션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실장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열정이 없는 프리젠터에게는 이 실장은 결코 기회를 넘기지 않는다. 프리젠테이션의 결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프리젠테이션을 썩 잘 하지는 못하지만 고객사이 좋아하는 프리젠터가 있다. 이 프리젠터의 특성은 열정으로 고객과 함께한다는 데 있다.

열정이 있는 프리젠터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점은…,”이나 “지금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이 분석 결과 차트를 보시면…” 등 ‘나’가 아닌 ‘우리’를 강조한다. 언제나 청중을 염두에 둔 단어 선택으로 청중을 최고의 위치에 놓고 존경하고 있음을 청중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실장의 프리젠테이션 스킬을 요약하면 청중이 단 한 순간도 눈길을 프리젠터에게서 벗어나지 않도록 분위기를 압도하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의 기본은 프리젠터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압박한다. 하지만 이는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의 기법과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지 청중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니다. 청중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인드는 이러한 분위기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프리젠터의 어휘와 몸짓에서 우러나온다.

팀원들이 설명하는 어휘 중 이 실장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문장이 몇 개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을 넣어드렸고요.”
“우리같이 작은 기업에서는 이런 기법을 쓰기는 힘들겠지만…”
“업무 범위는 아니지만 이렇게 했고요.”

이 실장은 이와 같은 문장이 사용되는 배경을 충분히 알고 있다. 컨설턴트의 우월감이 자신도 모르게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말은 중소기업의 현실이 틀림없지만 사장님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업무 범위가 아닌데 한 것이라면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특별한 산출물을 담아 내었다는 것을 ‘선생님’의 위치에서 고백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대부분의 컨설팅 회사에서는 ‘선생’이나 ‘위원’과 같은 권위적인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호칭에는 고객사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컨설팅 회사 나름대로의 고민이 숨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고객사에서 이러한 호칭에 익숙하지 않다면 그냥 직급을 불러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없지만 고객사에서 닭살이 돋는데, “우리 회사 규정이 그렇거든요? 선생이라고 불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요청하는 아마추어를 이 실장은 가장 싫어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컨설턴트를 마치 하인 다루듯이 무시하고 여자 컨설턴트를 마치 여직원처럼 치부하는 고객이 있다면 오히려 ‘선생’이라고 불러 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하고, 거부하면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실제 국내 P사에서는 그렇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핵심 정리

  • 열정 없는 프리젠터에게 기회는 없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청중을 향한 열정이 없으면 설득은 시작되지 않는다.
  • 청중을 최고의 위치에 놓아야 한다. 어휘 하나, 몸짓 하나에서 청중에 대한 존중이 드러난다.
  • 프리젠테이션은 기술이 아닌 열정이 완성한다. 청중과 함께하는 순간, 설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 다음 글 읽기 : 설득형 프리젠테이션의 ‘주화입마’ 극복에서 위기 상황 대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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