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전략적 사고 — 숫자를 해석하고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라
전략적 사고는 목적지향·시스템·창조·합리적 사고를 아우르는 기획의 핵심이다. 후지필름과 코닥의 엇갈린 운명, ZARA의 반응생산, 네이버 지식인 탄생 사례로 전략적 사고의 본질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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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전략적 사고란 외부 환경 변화를 살피고 먼 장래를 대비하는 사고이다. 또한 전략적 사고란 앞서 언급한 목적 지향적, 시스템적, 창조적, 합리적 사고를 모두 둘러싼 사고의 합이기도 하다. 즉 전략적으로 사고한다는 말은 목적 지향적이면서 시스템적이면서, 창조적이면서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략적 사고란,
- 나 자신의 강점, 약점을 살펴 경쟁자보다 내가 경쟁우위에 서기 위한 사고이다.
- 나에게 맞는 목적 달성에 가장 중요한 수단, 방법을 찾아내는 사고이다.
- 무수히 많은 것 중에 몇 가지만 골라 그것에 중점을 두는 사고이다.
후지필름과 코닥은 세계 필름 비즈니스를 구분하는 양대 산맥이었으나, 디지털카메라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전략적 입장 차이가 이후의 행보와 결과를 결정적으로 갈라놓았다.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적대시하고 이와는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디지털카메라와 경쟁을 벌이는 전략을 내세웠다. 한편, 후지필름은 그것이 새로운 기술의 흐름이라 판단하고, 발 빠르게 신기술을 리드해갈 수 있는 전략을 세우게 된다. 양사가 정반대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전혀 다른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는 후지필름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전략적 사고는 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핵심적인 기술이다. 비단 기업이나 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 사고는 내 삶에도 영향을 미쳐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전략적 사고를 위해서는 여러 기반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전략적 사고를 강화할 수 있을까? 전략적 사고의 기본 바탕에는 다음의 세 가지 인풋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 감성: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연마함.
- 실제 경험: 현장, 현물, 현실을 중시하고 미지의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전함.
- 지식 및 정보: 풍부한 지식 및 정보를 무단히 확보 습득하여 전략적 의미를 축적함.
그렇다면 어떻게 전략적 사고가 가능할까? 업계에서 나름 기획서 작성에 정통한 몇 명의 인터뷰를 통해서 전략적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보자. 삼성전자 노OO 과장은 “기획자는 창의성에 앞서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GS그룹의 전략기획실 정OO 차장은 “전략적으로 사고할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B 보험사의 조OO 차장은 “한 가지 상황에만 몰두하지 마라”고 설명한다.
“기획자는 창의적일 필요가 없다. 창의적인 일은 광고, 홍보 등 각종 에이전트들이 하고 기획자는 에이전트들이 가져온 다양한 결과물들을 놓고 전략적 사고를 통해 어떤 것이 수익이 날 수 있는 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 삼성전자 노OO 책임
“폭 넓은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자극을 받아라. 또한 회사에서 높은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에 따라가라.” – GS그룹 정OO 차장
“뛰어난 기획자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부정적인 마인드를 함께 고려해 기획을 만들어나간다. 자신의 기획서를 다시 한 번 부정적인 시각에 입각해 냉철하게 비판해 보라.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해 보라.” – B보험 조OO 차장
숫자 감각 — 기획자의 전략적 사고를 위한 핵심 지식
기획자의 전략적 사고를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핵심 지식은 숫자 감각이다. 의외로 기획자들이 숫자에 대한 감각이 무뎌 업무 진행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 년 전 한 팀원이 내게 찾아와 연봉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상상하기도 힘든 거액의 연봉을 요구하는데 논리를 들어 보니 “전년도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낸 개인 매출이 얼마이니 얼마의 연봉을 더 달라”는 요지이다. 일견 보기에는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하게 분석을 해 보면 빈틈이 많다. 아마 이 팀원은 이렇게 계산한 것으로 해석이 되었다.
- 개인 매출: 1억원
- 현재 연봉: 5,000만원
- (1억 – 5천만원 = 5,000만원)의 수익을 회사에 가져왔으니 추가적인 연봉 인상 가능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개인의 매출에서 매출원가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제외하면 회사의 수익일까?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관리비도 있고, 개인의 연봉에 부가되는 4대 보험, 판매를 위해 그동안 지출한 영업비, 지불해야 할 세금 등 이 모두가 이익에서 제외해야 할 숫자들이다. 상사의 관점에서 다시 한 번 해석을 해 보자. 제조산업이 아닌 지식서비스산업(예를 들어 IT 컨설팅업)의 예를 기준으로 살펴 보자.
- 현재 연봉: 5,000만원
- 현재 연봉에 준하는 판매관리비 및 회사의 기본 운영비: 5,000만원
- 한 개인이 회사에 최소한 기여해야 하는 이익: 연봉과 동일한 금액으로 계산한 5,000만원
- 즉 5,000만원의 연봉자라면 개인 매출은 최소한 1.5억이 넘어야 적정 이익을 확보하게 됨.
상사의 눈으로 해석했더니 이 팀원은 연봉을 오히려 삭감해야 할 처지이다. 제조산업의 경우 인당 매출액이 높겠으나, 지식을 판매하는 서비스산업의 경우에는 보통 연봉의 2배 매출을 올리는 경우 회사의 이익은 없는 본전 수준, 연봉의 3배 매출을 올리는 경우 목표 경영계획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같은 논리로 회계팀과 상대를 한다면 더욱 복잡하다. 우리가 흔히 매출-원가=이익이라고 생각하지만 회계팀은 그보다 더 다양한 이익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공헌이익, 영업이익, 한계이익, 순이익, 경상이익 등 이익의 기준만 해도 참으로 많다. 숫자에 대한 개념 없이 기획서를 작성한다면 기획서의 논리가 상대를 설득하기에는 절대적으로 무리임을 알 수 있다. 기본적인 회계와 재무지식이 필수적이다. 숫자 감각이 부족하여 직접 계산이 어렵다면 동료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하지만 그걸 해석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소비자 통찰 — ZARA, 네이버 지식인, 프로스펙스가 성공한 이유
다른 하나는 소비자를 가깝게 하는 경험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뭔가를 만들어 파는 제조산업이거나 뭔가를 서비스하는 서비스산업이다. 제조산업이거나 혹은 서비스산업이거나 관계없이 소비자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간 거래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라면 소비자 대신 다른 기업이 있겠다. 통 크게 모두를 포함하여 고객이라고 이해하자. 고객을 이해하는 것은 기획의 절대원칙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잘 파악하는 회사의 예로 현대카드를 자주 이야기 한다. 다양하게 출시되는 카드 신상품은 모두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한다. 고객의 등급에 따라 블랙카드, 레드카드, 핑크카드 등 핵심고객을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한편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따라 M카드, H카드, T카드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였다. 고객군을 구별하고 그에 따른 카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2011년 하반기에는 이 카드에 다시 서비스 레벨에 따라 최적화하였다. 예를 들어 M카드라는 고객군을 M1, M2, M3 카드 등으로 세분화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읽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고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TV나 책을 통하여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는 것도 기획자의 일이다. TV를 단지 즐거움을 주는 매체로 활용하지 않고 세상을 보는 눈으로 활용하는 사례이다. TV를 통해서 고객의 니즈를 읽고 환경의 트렌드를 읽는다. 내가 아는 한 기획자는 TV를 보면서 옆에 스마트폰과 필기도구를 준비한다고 한다. 고객의 니즈가 느껴지는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즉시 촬영을 하거나 혹은 노트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기 위해서이다.
출판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판기획을 하는 기획자들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항상 주목한다. 때에 따라 자기계발서에 주목하기도 하고 인문학 도서에 집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행서나 생활도서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책의 편집 방향도 마찬가지이다. 자기계발서의 유형도 어떤 때는 이야기식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심리학에 바탕을 둔 자기계발서를 기획하기도 한다. 때로는 경험담에 기초한 자기계발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니즈에서 출발한다.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하여 명품으로 등극한 패션이 자라(ZARA)이다. ZARA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을 4주 내에 매장에 진열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어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ZARA는 스페인의 대표 의류 브랜드로서 첫 출발은 명품의 레벨은 아니었다. 굳이 우리 식으로 수준을 따진다면 중상 정도의 레벨? 하지만 지금은 70여개 국가에서 수천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GAP, NEXT, Mango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명품이다.
ZARA의 비즈니스 목표와 철학은 고객들의 욕구와 기존 컬렉션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경우 더 좋은 제품, 더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ZARA는 반응생산이라는 혁신적 기획을 완성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패션 신상품은 수 개월 전에 디자인된 제품이다. 가을에 신상품을 찾는다면 사실 그 제품은 봄 무렵에 디자인되어 지금 막 출시되었다고 보면 맞다. 하지만 ZARA는 이를 4주로 단축하였다. ZARA 본사에서는 모든 매장에서 보고하는 신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를 반영하여 곧바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한다. 모든 상품의 디자인은 이렇게 취합된 고객 니즈를 바탕으로 ZARA 본사에서 만들어지며 생산은 각 현지 거점에서 담당하고 있다.
반응생산이라는 이 단어는 다른 패션기업의 예측생산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다른 기업이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여 상품을 만든다면 반응생산은 고객 니즈의 발전방향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경쟁사가 섣부른 예측으로 고객의 니즈와 갈수록 멀어져 가는 데 비해 ZARA는 고객의 니즈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통찰력이다. 통찰력을 Insight라고 번역한다. Insight를 통찰력으로 번역하기에 무리가 있기도 하여 그냥 인사이트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Insight는 통찰력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얻어진 그 무엇을 우리는 파인딩스(Findings)라고 부른다. A라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얻은 A’이다. 정보와 지식의 관계 정도로 해석해도 무난하다. 통찰력은 Data를 가공하여 Information으로 변형하는 것이 아닌 그 차원을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 “아하!”라고 말하는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 이를 인사이트라고 한다. 따라서 인사이트의 원어적 의미는 통찰력이지만 기획자들이 사용하는 인사이트라는 단어는 “통찰력으로 확인한 아하~”라고 번역함이 가장 정확한 뜻이다.
통찰력으로 뭔가를 찾아낼 때 반대의 의견도 다양하다. 이는 기획자가 데이터를 가공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뛰어넘기 때문에 함께 생각이 움직이지 않는 상사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인이 만들어진 과정을 배워보자. 네이버 지식인은 철저한 기획을 통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겨레 신문의 질문 답변 커뮤니티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다들 부정적인 반응이었으나 지금의 결과를 보면 일대의 혁신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 이는 앞으로의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네이버 지식인의 성공 요인이 된 좋은 사례이다.
프로스펙스는 워킹(Walking)화를 라인업하여 제품군을 발표하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스펙스가 주목한 것은 둘레길, 올레길 등 걷기 관련한 문화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등산에서 서서히 걷기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걷기 전문 신발을 개발하게 된다. 다른 경쟁사들은 모두 러닝화에 집중하고 있는 때에 처음으로 워킹화의 라인업을 출시하였다. 도로를 따라 걸을 때, 오랜 시간 걸을 때, 발목이 약한 노인분의 걷기 최적화 등 다양한 라인업을 대성공을 거두었다. 2011년 겨울에는 워킹에 적합한 의류라인업을 전개하고 있다. 통찰력의 결과이다.
다른 하나는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다. 개념을 파악하라는 뜻은 가끔은 상대를 놀리는 의도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말로는 본질을 확인하라는 말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업의 개념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삼성 임직원이라면 업의 개념이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의 업의 개념은 고객은 즐겁게 놀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에버랜드는 서비스업이고 그 중에서도 놀이동산을 운영하고 있으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 지 생각해 보라는 의도이다.
이 개념 혹은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을 항상 반복하는 것이다. 5번 정도 왜?라고 계속 반복해서 물으면 대부분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왜?라는 질문과 함께 답을 알고 있을 상사에게 묻거나 내외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다양한 실천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핵심 정리
- 전략적 사고는 목적 지향적, 시스템적, 창조적, 합리적 사고를 모두 아우르는 사고의 합이다. 후지필름은 디지털 전환을 전략적으로 수용했고 코닥은 거부했다. 결과는 명확하다.
- 숫자 감각 없는 기획서는 설득력이 없다. 개인 매출 1억이 회사 이익이 아니듯, 기획자는 회계와 재무의 기본 개념을 갖춰야 한다.
- 소비자 통찰이 기획의 완성이다. ZARA의 4주 반응생산, 네이버 지식인의 탄생, 프로스펙스 워킹화의 성공 — 모두 고객 니즈를 꿰뚫은 인사이트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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