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 사고란 무엇인가 – 시간이 부족한 기획자가 분석의 늪에서 탈출하는 방법

기획자는 왜 항상 시간이 부족할까. 자료가 쌓일수록 결론이 멀어지는 악순환, 그 핵심엔 가설 사고의 부재가 있다. 가설 사고란 해답부터 생각하고 검증하는 사고방식이다. 분석의 늪에서 벗어나 빠른 의사결정과 기획서의 전체 스토리를 먼저 그리는 기획자의 첫 번째 핵심 원칙을 설명한다.

지도들고 뛰는 리더

👉 이전 글 읽기 : 기획자의 전략적 사고 — 숫자를 해석하고 소비자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라

“김대리, 아직 퇴근 안 하나? 오늘도 야근이야?” 저녁 8시가 다 되어간다. 이상무는 퇴근 길에 기획서 작성에 집중하고 있는 김대리에게 묻는다. 그러고 보니 김대리의 퇴근이 최근 부쩍 늦어 졌다. 얼마 전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은 기획서 때문이 분명하다.

“아, 상무님이세요? 이제 퇴근하세요? 늦은 시간인데…” 기획서 작성에 골몰하던 김대리는 이상무의 부름에 깜짝 놀라 반문한다.

“대표이사님 보고자료 때문에 많이 늦는 것 같네? 하이고, 이게 다 뭐야” 다시 퇴근길을 독촉하던 이상무는 김대리의 책상에 가뜩 쌓여 있는 자료를 보고서 놀란 모양이다.

“이거 다 분석해야 할 자료인가? 기획서 제출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렇게 분석자료가 많으면 언제 보고할 수 있으려나? 제 때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러게 말입니다. 걱정이 태산입니다. 봐야 할 자료는 많고 아직 제 논리는 체계적이지 않은데 어떡하죠? 딱 하루만 더 있으면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대리의 푸념이 오늘도 여전하다.

대부분의 기획자에게서 들을 수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다. 딱 하루만 더 있으면 기획서를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나 하루가 부족하다. 희한하게도 1주일의 시간을 주어도 하루가 부족하고 3주의 시간을 할애 받아도 하루가 부족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기획자가 항상 시간이 부족한 이유 — 정보가 쌓일수록 결론이 멀어지는 악순환

뛰어난 기획자를 만나 보면 언제나 일하는 것이 가뿐하다. 힘에 겨워하지도 않고 넘치는 분석 자료 때문에 고생하지도 않는 것 같다. 분명히 같은 무게의 기획서를 부여 받았는데도 항상 기획서의 내용이 알차고 칭찬을 받는다. 이는 열심히 일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어떻게 기획서를 접근하는가의 문제이다.

김대리의 책상에 자료가 한 가득 쌓여 있는 것은 분명 수 많은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에 해당하는 모든 대안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김대리에게 “보고서의 결론이 뭐야?”라고 묻는다면? 김대리는 “자료를 분석 중이라 아직은 알 수 없다”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관찰을 해 보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기획자들은 하나같이 문제를 발견하거나 해결책을 고안하는 속도가 빠르다. 분석력이나 정보수집 등의 스킬 면에서가 아니라, 사고력이나 업무추진 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김대리는 그 반대의 경우에 속한다. 세심한 분석과 아이디어 제시에는 탁월하지만, 중요한 줄기가 되는 업무, 즉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문제해결의 전체상을 그리지는 못하고 있다. 김대리는 대표이사의 수명을 받아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남보다 늦은 시간까지 분석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유익한 분석결과를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책상에 가득 쌓여 있는 자료로 볼 때 또 다시 정보수집 및 분석작업을 추가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면 문제의 본질에 도달하게 되겠으나 가끔은 기획서 제출 마감이 다 되어도 시간이 다 지나가버려 보고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악순환으로부터 김대리를 구해 줄 해법이 바로 “가설사고”이다.

가설 사고란 무엇인가 — 해답부터 생각하고 검증하는 사고법

북극성을 보고 위치를 찾는 기획자

어디가 목적지인지 그 방향에 따라 여행자의 이동방법, 준비물, 소요시간 등은 달라질 것이다. 가설사고를 한다는 것은 마치 지도를 통해 목표 지점을 명확하게 알고 정상정복에 나서는 산악인과 지도 없이 무턱대고 산에 오르려는 혹은 산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 등산객의 차이와도 같다. 전자는 목적지를 분명하게 알기에 가용수단에 맞는 최단 루트를 선택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반면, 후자는 여러 루트를 탐색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다 겨우 자그마한 봉우리에 오르는데 그치거나 조난을 당하게 된다.

많은 기획자들이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수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하면 할수록 정교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석의 결과 나타난 문제를 다시 분석하기 위하여 또 다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일을 잘 하는 기획자의 남다른 재주는 해답을 제시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직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분석이 진행되지 않은 단계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해답을 생각해 둔다. 이러한 임의의 해답이 바로 가설이다. 가설을 설정하는 단계가 빠르면 빠를수록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된다.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보다 신속, 정확하게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고 있다.

가설이란 말 그대로 “가정의 설”이며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으나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해답”이다. 가설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설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은 토요일 오전이다. 모처럼의 휴일을 즐기고 있는데 하필이면 비가 내리고 있다. 연일 늦은 야근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었다. 가족과 함께 즐길 여행계획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 무산이 되었다. 지금 놀이동산을 방문해도 비가 와서 놀이기구를 타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운항을 할지도 의심스럽다.

이 때 불현듯 “극장에 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니 극장에 가도 평소처럼 예매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영화를 바로 입장하여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비가 오면 극장에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은 하나의 가설이다. 만약에 극장에 갔으나 예상한 바와 같이 극장에 많은 사람들이 없어 쉽게 티켓을 예매하고 입장할 수 있다면 설정한 가설이 맞는 것이다. 반면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면 기존에 설정한 가설이 틀린 것이다. 이제는 가설을 수정해야 한다. “비가 오면 극장에 다른 놀이 대안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몰린다”라고 가설을 수정하거나 “비가 오는 것과 극장의 관객 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가설을 수정해야 하겠다.

가설 사고가 유용한 이유 — 빠른 의사결정과 기획서의 큰 그림

예지력이 뛰어난 리더 중 한 사람이 1993년에 개최된 미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감독으로 일본 팀을 이끌었던 한스 오프트 (Hans Ooft)이다. 그의 뛰어난 예지력은 ‘오프트의 마법’이라고 불렸다. 시합 전에 선수나 기자단에게 이야기한 시합의 전개나 결과가 적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오프트의 마법’의 비밀을 [일본 축구의 도전]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1992년에 개최된 다이너스티컵 일본 대 중국전. 이 시합은 일본 대표팀에게 있어서는 적지인 북경에서 개최된 시합이었다. 당시 오프트는 선수들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고 한다.

“시합이 시작되면 중국은 단숨에 공격해올 것이다. 열세에 몰리겠지만 이 시간만큼은 버텨주기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공세는 약해질 것이다. 전반 30분이 지나면 역습을 시작하여 득점을 따내고, 전반은 1 대 0을 마친다. 후반이 되면 또 다시 중국이 반격해올 것이다. 따라서 후반에서도 처음 10분 정도는 수비에 주력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시간을 버텨낸 뒤 후반 종료 직전에 1점을 따내어 결과적으로는 2 대 0으로 승리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오프트의 선경지명은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주위 사람들은 오프트의 뛰어난 예측 능력에 혀를 내둘렀으나, 오프트는 이는 예측이 아닌 과학이라고 말했다. 실은 오프트는 사전에 중국팀의 시합을 세밀히 관찰하여 중국 선수들의 특성을 간파하고 있었다. 중국선수들은 신체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단 기세가 살아나면 멈추기 어렵다. 그러나 상대방이 공격을 견뎌내면 기세가 꺾이게 된다. 이런 특성으로부터 판단하여 이번 시합은 2 대 0으로 이긴다는 가설을 세웠던 것이다.

* Source : 우치다 카즈니라, [가설사고, 생각을 뒤집어라], 3mecca, 2007.11

가설 사고는 해답부터 생각하는 사고방법이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생각할 수 있는 한 모든 다양한 원인,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해결방법을 총체적으로 조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업무 추진에 있어 중요한 것은 해답부터 생각하는 일이다. 문제를 분석하여 해답을 도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우선 해답을 생각해 낸 뒤에 그것을 분석하고 증명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뛰어난 기획자는 사실 기획을 지시 받자 마자 해답이 떠 오른다고 한다. 물론 경험이 쌓여야 도달하는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는 가설사고 능력이 높아져서 단기간에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최근 떨어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회사의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를 크게 분석하면 3C 분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3C는 Customer, Company, Competitor 즉 고객 분석, 자사 분석, 경쟁사 분석이라는 방식으로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면 정확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획자가 평소에 회사의 동료나 회사의 제품 등에 관심이 많았다면 매출이 떨어지는 원인이 제품이 비싸거나, 경쟁사의 마케팅 역량이 뛰어나거나, 소비자가 변심해서가 아니라 내부에 원인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영업사원의 이직이 잦고 영업사원의 근무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점을 미루어 영업 팀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거나 영업 실적에 따른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음을 해법으로 찾아낼 것이다.

가설 사고가 유용한 이유는 빠른 의사결정에 있다. 기획자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이유 중 가장 큰 배경에는 수 없이 많은 정보에 있다. 정보가 부족하여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넘쳐나는 정보로 오히려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경우이다. 가설사고에 능숙하게 되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에서 일을 추진하고 해법을 찾아 나선다. 1안과 2안, 3안이라는 세 가지 대안이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기획자가 “3안은 아니야”라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3안과 관련된 정보수집은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결국 불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가설 사고가 수행한다.

가설 사고가 유용한 두 번째 이유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더라도 “진정한 문제는 여기에 있으며, 그 해답은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후 과정에서 거버닝 메시지 (Governing Message) 작성에서 더 설명을 할 예정이나,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스토리 구성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상분석을 하면 이런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이 문제의 진짜 원인은 이것이며, 그 결과로서 몇 가지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이 전략이다”라는 것을 충분한 분석이나 증거가 없는 단계에서 구상해낼 수 있다.


핵심 정리

  • 기획자에게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자료의 양 때문이 아니다. 방향 없이 자료에 매몰되는 악순환이 문제이며, 그 해법이 가설 사고다.
  • 가설이란 “아직 증명되지 않았으나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해답”이다. 가설 사고는 이 해답을 먼저 설정하고 이후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 가설 사고가 유용한 이유는 두 가지다. 불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차단해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증거가 부족한 단계에서도 기획서의 전체 스토리를 먼저 구상하게 해 준다.

👉 다음 글 읽기 : 가설이 틀리면 어떻게 되는가 — 가설 사고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추천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