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란 무엇인가 — ‘여행 계획’과 ‘여행상품 기획’이 다른 이유

기획과 계획의 차이를 모르면 기획서 작성은 시작부터 흔들린다. ‘여행을 계획한다’와 ‘여행상품을 기획한다’의 차이에서 출발해 기획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Why So·So What 사고법까지 짚는다.

야근하는 직장인의 고뇌

해외영업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김대리는 대리 진급과 함께 기획실로 발령을 받았다. 해외영업부서에서 남다른 성과를 올려 주목을 받았던 김대리를 기획팀에서는 주목하고 있었다. 대리 진급과 함께 기획실로 새롭게 배치된 김대리는 걱정이 태산처럼 높다. 사실 해외영업 부서에서는 기획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영업 현장에서 평가를 받는 가장 큰 기준은 영업성과이다. 영업 성과를 올리기 위한 모든 노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기획 업무를 부여받은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김대리에게는 기획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고 낯설어 보인다.

기획은 무엇이고 계획은 무엇일까? 어떤 경우는 사업기획서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사업계획서라고 표현한다. 어느 설명이 맞는 것일까? 다음 중 어느 문장이 맞는 걸까?

여행은 ‘계획’하고, 여행상품은 ‘기획’한다

  • 여행을 계획한다.
  • 여행을 기획한다.

이 문장에서는 “여행을 계획한다”라고 말해야 옳다. 여행을 계획한다는 것은 여행의 날짜, 여행 경비, 여행 경로,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모든 것을 체계화함을 의미한다. 무엇인가 확정된 것을 정비하고 준비하는 것을 우리는 “계획한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다음 경우에는 어떤 문장이 맞는 것일까?

  • 여행상품을 계획한다.
  • 여행상품을 기획한다.

두 개의 문장 중 “여행상품을 기획한다”라고 표현해야 옳겠다.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상품을 만들 것인가에서 상품을 만든 후 어떻게 팔 것인가를 수립하게 된다. 결국 무엇인가를 기획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바(企)를 그리는(劃)” 일이다. “생각하는 바”라는 것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을 통해서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다.

앞서 사업계획서와 사업기획서의 차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제 이 둘이 무엇이 다른 지 설명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세상에 없는 사업을 새롭게 펼쳐 내고자 생각을 정리하고 가다듬어 문서를 만들었다면 아는 사업을 기획한 산출물이다. 이 경우는 사업기획서를 만든 예이다. 한편 경영진이 새로운 사업의 내용을 이해하고 신사업을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 지 구체적인 행동 양식을 요구한다면 이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2012년 영업 전략을 각 부서에서 수립하였다면 이는 각 부서에서 작성한 2012년 사업계획서이다. 한편 상품기획실에서 아직 세상에서 알지 못하는 새로운 컨셉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는 사업기획서이다.

두 단어가 비슷하고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지만 문서 안에 담겨야 하는 내용과 다르고 형식도 다르다.

이제 기획과 계획이 무엇이 다른 지 체계적으로 정리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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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개념 정립

기획이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창조성이 강조되며, 계획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실행의 논리성이 강조된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성이 강조되는 기획은 다음과 같은 일을 세부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
  •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방침을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고 구상하고 구체화하고 설득하고 목표를 실천하는 전 과정
  •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경요소를 분석, 고려하여 실행자의 핵심역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입안하는 계획
  • 특정 상황에 적합한 구체적 해결책을 창조하고 재구성하는 목표 지향적 활동

이제 기획이 무엇인 지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기획이란 조직가치의 증대를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다.

기획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것을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획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필요하다.

  •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고 싶을 때
  •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싶을 때
  • 비즈니스 자체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을 때

기획은 기획팀만 하는 것이 아니다 — 모든 직장인은 기획자다

김대리는 해외영업에서 기획팀으로 부서를 이동하였다. 김대리는 해외영업팀에서 기획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영업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김대리가 능력을 인정받았던 계기이다. 만약 김대리가 해외영업팀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까? 기획팀으로 부서를 옮긴 이후에만 기획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기획과 경영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풀어 보자. 기업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일하는 부서는 전략기획팀 혹은 기획조정실이다. 기획업무를 한다고 하면 흔히 전략기획팀이나 기획조정실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략기획팀이나 기획조정실에서는 전사 관점에서 기획을 한다. 전사 관점의 기획은 최고 경영자의 방침과 직접 관련되는 기획이 대부분이다. 경영의 구조를 바꾸어 새롭게 장래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획을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중장기 기획에 해당하며 경영전반에 걸친 폭 넓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략기획팀에서만 기획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기획팀에서 전사 관점의 기획을 완성하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집행 측면의 기획이 뒤를 잇는다. 전략기획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부문별, 기능별 수단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제품판매기획, 연구개발기획, 생산기획, 설비기획, 물류기획, 재무기획, 영업기획, 정보전략기획, 인사기획 등이다. 이 모든 기획들은 부분 기획에 해당한다. 전사 업무를 쪼개어 구성한 각 부서 또는 팀에서 진행하는 기획업무이다. 결국 모든 팀에서 기획 업무를 진행한다고 보아도 타당하다. 김대리가 근무한 해외영업팀에서도 분명히 영업기획 업무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팀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이라면 어떨까? 모든 팀원들 역시 구성원 각자의 문제의식과 직접 관련되는 기획을 진행한다. 일상 업무 중에서 나타나는 상황과 조건변화에 대응하는 기획을 진행한다. 이는 실시기획이라고 할 수 있는 것부터 부분적, 단기적, 비 일상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기획은 누가 하는 것인가? 기획은 전략기획팀에서 진행하는 단독 업무가 아니다. 기획은 회사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기획을 하게 된다. 즉, 모든 직장인은 모두 기획자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기획력을 배우고 기획서 작성법을 배우고자 희망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기획자이기 때문이다.

부서에 따라 기획서의 내용이 특이하거나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경우도 많다. 기획을 사내를 대상으로 하는 지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별하는 경우도 있다.

  • 사내 기획: 회사 내 업무를 대상으로 기획을 진행
  • 대외 기획: 회사 외 업무를 대상으로 기획을 진행

기획의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일반적으로 구별한다.

  • 보고서: 일반적이고 상시적인 내용을 작성하는 경우
  • 기획서: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을 설득하는 경우
  • 제안서: 주로 대외 고객 즉 관련 공공기관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기획하는 경우

혹은 작성의 동기에 따라서 다음처럼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 하의상달형(Bottom-up): 사원 스스로 문제 의식을 자발적으로 작성하는 경우
  • 상의하달형(Top-down): 상사가 부하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기획을 요구하는 경우
  • 업무형: 담당자의 업무 상 필요로 하여 기획하는 경우

기획자의 7가지 자질 — Why So?와 So What?을 스스로에게 묻는 기획자

기획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활동이라고 정의를 했지만 이를 좀 더 세분할 필요가 있다. 기획자가 하는 업무를 순차적으로 풀어보자.

  • 김대리는 상사로부터 기획과 관련한 업무를 지시 받는다.
  • 김대리는 지시 받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 문제를 논리적으로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본다.
  • 해결책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문제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만든다.
  • 기획서의 형태로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해결안까지를 작성하고 보고한다.

김대리가 기획 업무를 지시 받는 순간부터 기획서를 보고하는 단계까지는 많은 프로세스가 내재되어 있다. 이를 압축하면 다음의 두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 생각하기: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의 과정
  • 문서화하기: 새로운 대안을 문서로 만들고 보고하는 과정

기획 업무는 마지막은 기획서를 작성하고 보고하는 단계이다.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만을 기획 업무라고 한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생각하기의 단계에 필요한 기획력 없이 기획서만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기획자들이 생각하기의 단계 없이 문서화하기 과정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기획서 작성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은 기획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의 본질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과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에 대하여 Why So?라고 기획자들은 간단하게 질문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을 찾는 과정을 기획자들은 So What? 또는 So How?라고 질문한다.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항상 반복하여 Why So?와 So What?을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부족함을 메워 나간다. 앞서 언급한 김대리의 업무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제 기획을 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살펴 보았으니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기획자는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부터 기획서를 만드는 과정까지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추어야 하겠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변화의 본질과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 통찰력
  • 문제에 대한 파악과 감수성 → 문제의식
  •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가공하는 → 정보력
  • 신선한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발산하는 → 창의력
  •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 구상력
  •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 설득력
  • 해결책을 실행하고 성과를 증명하는 → 실행력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 중 가장 어려운 고민으로 기획서 작성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강좌를 고르라는 설문 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기획서 작성법이라는 과목을 선택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모든 직장인은 기획자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보면 과히 슈퍼맨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과 진배없다. 통찰력, 설득력, 실행력, 구상력 등 뭐 하나 빠진 바 없이 모든 자질을 갖추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기획서를 작성하는 단계 별로 하나씩 필요한 자질을 찾아 보면 결국 이 모든 자질이 다 필요하다는 결론을 다시 내릴 수 밖에 없다.

문제기피형, 문제노출형, 문제해결형 — 상사가 원하는 기획자는 누구인가

기획하는 단계를 기준으로 기획자의 자질을 찾는 것에서 기획하는 인식 측면에서 기획자의 자질을 검토해 보자.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 제출하라는 상사의 지시에 다음과 같이 반응하지는 않는가?

“좋은 이야기이지만 ~때문에 안 된다.” “좋은 이야기이지만 ~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 회사와 우리 회사는 사정이 다르다.” “다 남 탓이다.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

문제를 기피하는 기획자 유형이다. 문제를 인정하지 않거나 문제를 인정하더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문제 해결의 장애 요인은 해결 대상이 아닌 바로 그 자체인 경우이다. 상사가 가장 싫어하는 기획자 유형이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획을 하는 것인데 문제 자체를 부정한다면 무슨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혹은 이렇게 일하지는 않는 지 스스로를 뒤 돌아 보자.

“정말 굉장한 분량의 분석이지?” “모든 문제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한다.” “무슨 질문을 상사가 하더라도 이 안에 모든 답이 있다.”

이렇게 일하고 있다면 문제 노출형에 해당한다. 문제 노출형은 문제 기피형보다 더 최악의 상태이다. 문제를 기피하는 기획자를 만나게 되면 상사는 기획의 과제를 다른 기획자에게 요청하게 된다. 물론 문제 기피형 기획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겠지만 상사의 입장에서만 살펴본다면 해야 할 업무는 다른 기획자가 진행하고 있어 업무의 연속성은 방해 받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 노출형에게 기획 업무를 부여하였다면? 이 기획자는 정확하고 상세한 문제 파악에만 만족한다. 모든 문제에 대한 모든 원인을 밝히기는 하지만 무엇이 핵심인 지 알기 어렵다. 결국 교과서 수준의 깊이 없는 그리고 나열식의 해결책만을 제시하고 기획을 마치게 된다.

문제 노출형 기획자가 문제 기피형 기획자보다 더 최악인 이유는 업무의 연속성이 방해되기 때문이다. 상사가 믿고 일을 맡겼으나 상사가 듣고 싶어 하는 답이 기획서에 담겨 있지 않았다. 상사가 관심을 갖는 So What?에 대한 답이 들어 있지 않다. 또 다시 다른 기획자에게 업무를 위임하게 하거나 기획서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열심히 일한 문제 노출형 기획자를 야단치기도 쉽지 않다.

상사가 원하는 기획자는 문제 해결형이다. 문제 해결형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기획서를 만들게 된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 “뭔가 새로운 방법이 없는 지 생각해 보자.” “우선 해 보자.” “그것 때문에 안 된다면 그것부터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답이 분명히 제시되어야 한다. 실행이 우선이다.”

문제 해결형 기획자는 문제 및 그 원인을 논리적으로 밝혀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가 무엇인가를 제시한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서의 필수 요소 두 가지, Why So?와 So What?에 대한 답이 확고하다. 특히 So What?이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법이 강하게 제시된다.


핵심 정리

  • 기획은 ‘창조성’이 강조되고 계획은 ‘실행의 논리성’이 강조된다. 여행은 계획하지만 여행상품은 기획한다.
  • 기획업무는 전략기획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은 기획자이며, 직위와 부서에 관계없이 기획은 늘 진행된다.
  • 뛰어난 기획자는 Why So?(왜 이 문제인가)와 So What?(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명확하게 답한다. 문제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다음 글 읽기 : 왜 기획서는 쓸수록 어려울까 — 아이디어적 접근과 기획적 접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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