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기획서인가 — 보고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보고 방법

상사는 얇은 기획서를 원하고, 실무자는 두꺼운 기획서를 만든다. 같은 정보도 과장·부장·임원·사장에게 다르게 보고해야 한다. 100페이지에서 1페이지까지 보고 대상에 따라 기획서 분량과 형식을 달리하는 방법과 결재를 얻어내는 보고 비법을 정리한다.

현대적인 사무실에서 한국인 직장인들이 회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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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 사실 개인적인 고민이 하나 있는데요. 기획 목적을 명확화하는 단계에서 조금 설명이 되기는 했지만요.”

기획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김대리. 하지만 관련하여 질문이 여전히 있어 보인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서 누구를 위한 기획서인가라는 문제인데요. 제가 보고할 드릴 때 사장님 생각과 과장님 생각이 가끔 다른 것 같아요. 또 제가 보고한 내용을 과장님이 다 고치는데 어떤 내용을 가감하는 지 그때 마다 궁금합니다.”

누구를 위한 기획서인가 — 실무자와 상사가 원하는 기획서의 결정적 차이

기획 목적을 명확화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누구를 위해서 기획서를 작성하는가의 문제이다. 내 기획서를 상사가 받아 들 때 빨간 펜을 들고서 수정을 하는데 어떤 내용을 수정하는 지 그리고 왜 수정하는 지 그 때 마다 궁금하다.

실무자들은 기획서를 작성할 때 자신이 한 일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습관이 있다. 또한 배경과 필요성이 우선하며 책임을 우려해 문제 제기를 우선한다. 열심히 일한 증거를 내밀 듯 기획서는 두꺼워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노고와 기획서의 두께는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전문용어와 편리한 약어를 남용하는 경향이 짙다.

한편 상사가 원하는 기획서는 실무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과는 판이하다. 예를 들어 상사는 중요한 사항 순으로 나열되어 있는 기획서를 원한다. 또한 기획서를 받아 들고 결론이 무엇인 지 찾는데 집중한다. 기획서를 제출하고 구두 보고를 할 때 성질 급한 상사가 “그래서 결론이 뭔데?”라고 보고 중간에 말을 자르고 내지르는 소리를 많은 기획자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상사는 문제보다는 해결에 관심이 많아서 언제나 해결과 결론에 집중한다. 따라서 쉽게 해결책과 결론을 파악할 수 있는 얇은 보고서를 선호한다. 즉 상사는 보고서는 얇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제도적으로 1장 보고서 쓰기 운동을 정착하고자 노력함과도 일치한다. 전문용어보다는 알아 들을 수 있는 일반 용어를 사용하기를 선호한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실무자가 중간 관리자에게 구두 보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설비실 난방밸브가 파손되어 제조회사에 연락을 하였으나 그 회사는 이미 망하고 없었습니다. 전국의 중고품 상회를 전부 뒤졌으나 실패하고 결국은 자체에서 임시 방편으로 제작하여 설치하였습니다. 이틀 동안 설비실이 추워서 혼이 났습니다. 워낙 오래된 시설이라 고장만 나면 쉽게 수리할 수가 없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위의 구두 보고 내용을 살펴 보면 실무자는 자신의 한 일의 순서대로 업무를 보고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보고를 받은 중간 관리자는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다음과 같이 구두 보고를 하였다.

“설비실 건물은 81년에 지어져 매우 낡아 난방기기의 고장이 잦습니다. 이번에도 고장이 나서 직원들의 고생이 심했습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알아봤더니 건물주가 낡은 건물을 수리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경우에 공사비의 전액을 융자하여 준다고 합니다. 공사가 끝나면 매년 2000만원의 연료비가 절약됩니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건물 개조공사가 필요합니다.”

실무자가 보고한 내용을 중간관리자는 배경, 문제점, 필요성, 추진방법, 수치 등에 관심을 두어 재 작성하고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이 보고를 받은 최고 의사결정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설비실 건물은 매우 낡아 당장 보수가 필요하다. 보수비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융자로 해결할 수 있고 융자비 상환은 연료비의 절약으로 해결할 수 가 있다. 이번에도 난방밸브가 고장이 나서 직원들의 불만이 높았다.”

어떠한가? 최고 의사결정자는 결론, 전체 경향과 가격이나 민심에 훨씬 관심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기획서는 누구를 위한 기획서인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다. 상사에 따라 듣고 싶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를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가는 기획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예를 들어 기획자의 바로 위 상사는 업무에 대한 깊이가 깊지만 결재 라인을 따라 올라갈수록 업무 범위는 많아지는 대신 업무에 대한 파악 정도가 얕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거나 부서 내에서 통용되는 약어를 쓰는 경우 최고 의사결정자는 이를 이해하지 못할 수 도 있다. 한편 최고 의사결정자가 결재 라인 중 가까운 상사라면 오히려 약어를 쓰지 않고 다 풀어 쓰는 경우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획서의 채택 가부의 결정을 가진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기획의 이점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어필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다.

보고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보고 방법

“과장님의 빨간 펜이 이제 이해가 되었어요. 진작 이런 말씀을 해 주셨으면 기획서 작성할 때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하나 더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상무님!”

김대리의 질문은 끝이 없다. 이상무의 설명을 속속 습득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그 때마다 새로운 궁금증이 김대리를 자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제 또 다른 질문은요. 사장님께 보고를 드릴 때 저희 A 부장님은 항상 결재를 맡아 오시는데, 옆 부서 B 부장님은 결재는 고사하고 언제나 숙제를 하나 더 가지고 오시던데요? 왜 그럴까요?”

이상무의 지금까지의 설명은 보고받는 대상에 따라 기획서를 어떻게 달리 작성하는 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기획서의 최종 마무리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채택 즉 결재를 맡았을 때 마무리된다. 열심히 일한 기획자가 언제나 최고 의사결정자의 결재를 얻는 것은 아니다.

즉 기획서를 작성하는 능력과 기획서를 보고하는 능력의 결합이 필요하다. 기획서의 작성은 최고 의사결정자의 채택을 위한 수단이지 절대 목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기획자의 능력 정도는 최고 의사결정자의 긍정적 채택을 얼마나 자주 획득하는가에 달려 있다. 소위 열심히 일하는 기획자가 아니라 잘 일하는 기획자가 더 예쁨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기획자는 보고하는 대상에 따라 보고 방법도 달라져야 함을 배워보자. 예를 들어 실무자가 100 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을 했다면 바로 위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100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보고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같은 기획서를 담당 부장에게 보고를 한다면 100페이지의 기획서를 파워포인트 약 10페이지로 요약한 기획서를 들고 가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같은 보고 내용이지만 이를 보고라인의 임원에게 보고하는 경우 워드 양식으로 두 세 페이지 정도로 압축하여 보고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보고를 마친 후 기존에 작성해 둔 파워포인트 10페이지의 자료를 부록처럼 선물함이 최적이다. “필요하면 더 읽어 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보고 자리에 놓고 나오면 그만이다. 사장에게 보고를 한다면 이제는 워드 양식 한 페이지 정도의 기획서면 충분하다. 최고 의사결정자는 언제나 결론만 듣고 싶어한다는 진리를 기억하자.

그렇다면 기획자는 보고 대상에 따라 전달해야 하는 보고서의 종류가 크게는 네 종류가 된다.

  • 100페이지로 구성된 파워포인트 (과장 보고용)
  • 10페이지로 구성된 파워포인트 (부장 보고용)
  • 3페이지로 구성된 워드 (임원 보고용)
  • 1페이지로 구성된 워드 (사장 보고용)

100페이지라는 거대한 기획서의 경우를 예를 들었으나 전체적으로 10페이지 정도의 보고서라면 네 가지 버전이 아니라 두어가지 버전으로 준비함이 좋겠다. 전체 보고 분량에 따라 다른 전략을 구사해야 함이 당연하다.

한편 김대리의 궁금함을 해결해 보자. 김대리의 궁금증은 비슷한 보고를 하는 다른 두 부장의 사례였다. A 부장은 결재를 맡아 돌아 오는 반면, 다른 B 부장은 결재 대신 숙제를 안고 돌아오는 문제였다. 이 해법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많은 실무자들이 놓치는 하나의 비법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익힌 나 만의 비법을 공개한다.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하는 경우 1페이지 기획서가 최적이라고 설명하였다. 문제는 1페이지 기획서의 경우 반드시 있어야 할 내용은 설명되어 있으나 기획서의 최종 결론이 만들어진 과정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 상사는 결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과정 역시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B 부장은 단 한 장으로 구성된 기획서를 제출하였다. 대표이사의 질문이 이어 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보셨어요? 이런 점은 생각해 보셨어요?”라는 대표이사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개 1페이지로 구성된 기획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1페이지 기획서의 특징은 반드시 있어야 할 내용만을 요약한 기획서이니 당연하다. B 부장은 대표이사의 질문에 관련 사항을 다 고려하여 기획서를 만들었다고 보고를 하겠으나 대표이사의 질문이니 그에 해당하는 증거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획서를 보고하러 갔으나 오히려 숙제를 안고 오는 경우이다.

한편 A부장은 같은 형식의 1페이지 기획서를 대표이사에게 보고하러 갈 때 옆구리에 두툼한 100 페이지의 파워포인트 원본을 동반한다. 재미있게도 옆구리에 두툼한 보고서 원본과 참고 파일을 동반하는 경우 대표이사의 질문이 없다. B 부장에게 질문한 내용과 달리, “이런 점도 다 고려하신 거 맞죠?” 등으로 질문이 우호적이다. A 부장에게 뭔가를 질문할 경우 “예, 여기 있어요.”라면서 두툼한 보고서를 꺼내 장황한 보고를 들을 것을 우려한 대표이사가 질문을 꺼려한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두툼한 참고자료를 들고 서 있는 A 부장의 신뢰도가 높아 “잘 했겠지”라는 인정을 받게 된다.

매 주 월요일 오전 일찍 보고를 하지 않는 것도 요령이다. 매 주 월요일 오전 이른 시간에는 대개 대표이사 주재의 임원 회의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직원이 출근할 시간쯤이면 이미 아침 회의에서 대표이사의 지적과 훈계 등으로 임원의 기분이 하강곡선을 그릴 시점이다. 이 때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보고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

보고 대상에 따라 보고 방법이 달라져야 함을 설명하였다. 기획서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기획서의 완결은 멋진 보고를 종결하고 기획 내용의 채택을 결정 받을 때이다.


핵심 정리

  • 실무자는 두껍게 쓰고 싶고, 상사는 얇게 받고 싶다. 기획서의 기준은 작성자가 아니라 보고 대상이다.
  • 보고 대상이 올라갈수록 분량은 줄이고 결론은 앞으로 당겨야 한다. 같은 기획서도 대상별로 버전을 달리해 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할 때는 요약본과 함께 두툼한 참고자료를 동반하라. 자신감이 신뢰를 만들고 불필요한 질문을 차단한다.

👉 다음 글 읽기 : 기획서에서 MECE가 중요한 이유 – 중복과 누락을 없애는 기획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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