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획서는 쓸수록 어려울까 — 아이디어적 접근과 기획적 접근의 차이
기획서를 배울수록 오히려 막히는 이유가 있다. 체육대회 기획 하나로 드러나는 아이디어적 접근과 기획적 접근의 결정적 차이, 그리고 기획서 작성이 어려운 3가지 본질적 이유를 짚는다.

👉 먼저 읽기 : 기획이란 무엇인가 — ‘여행 계획’과 ‘여행상품 기획’이 다른 이유
아이디어 접근 vs 기획 접근 — 체육대회 기획으로 보는 두 가지 방식의 차이
이번에는 기획적 접근과 아이디어적 접근 방식이 어찌 다른 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전사 체육대회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사 체육대회를 기획하라는 지시를 받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체육대회 종목으로 무엇을 선정할 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축구를 진행할까? 모두가 좋아하는 족구는 필수겠지? 여직원이 많으니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피구가 좋지 않을까? 남녀 구분 없이 팀 대항으로 진행하는 줄다리기는 체육대회의 꽃이지.”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체육대회의 장소와 환경을 선정하는 일이다. “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아니면 야외로 나갈까? 한강공원이 빌리기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들었는데.” 이후에 따라오는 생각은 공정한 평가와 시상이다. “심사위원은? 시상식은? 상금은 얼마를 누구에게 줄까? 상품권이 좋을까? 아냐. 현금이 그래도 최고야” 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행사를 마치면 뒤풀이가 필수이다. 뒤풀이는 간단하게 삼겹살이 좋을 것 같다. 체육대회에 다들 몰입할 테니 힘들고 지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거창한 식당에 예약하는 것보다 먹고 마시는 것이 기분풀이에는 최적이다. 그리고 행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물 등을 챙겨 본다. 기획의 대부분이 끝이 났다. 이와 같은 기획은 아이디어적 접근방식이다.
한편 기획적 접근을 하는 기획자라면 어떻게 접근할까? 아마 “이 체육대회는 왜 하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소위 기획의 목적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단계이다. 이어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종 결론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예를 들어 매출이 떨어지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분위기 반전 및 팀워크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가정하자. 행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종 결론은 팀워크가 강화되어 영업력이 향상되는 것, 장기적으로 매출 성장이다. 이후에 진행하는 기획은 행사에 영향을 줄 요소를 점검하고 행사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 행사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분석하고 제거한다.

아이디어적 접근과 기획적 접근은 같은 미션을 부여 받았을 때 풀어나가는 해법이 달랐다. 어떤 접근방식이 상사가 원하는 답을 기획하였을 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두 해법은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 목표에 대한 차이, 진행방안에 대한 차이, 환경구축에 대한 차이, 목표와 성과의 인식 차이 등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기획서 작성이 어려운 3가지 본질적 이유
기획자가 생각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어 지금까지 살펴보았다. 이제 기획력이라는 관점보다 기획서를 만드는 글쓰기에 더 집중해 보자.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 바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장래 회사의 사원이 되면 아주 가치 있는 한 가지를 가르치고 있는데,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그것을 배우기 위하여 열심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주 기초적인 기술로서 어떤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글로 쓰거나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기획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획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더 나은 기획서 작성법을 학습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획서 작성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는 솔직히, 학창시절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 보면 우리가 글을 썼던 환경이 무엇이었을까? 대부분이 억지로 쓰는 보고서나 시험을 볼 때의 답안지를 작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굳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배우고자 하는 노력 그 자체가 없었다. 특히 이공계 학생의 경우에는 글쓰기라는 작업은 더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공계 글쓰기라는 과목이 가장 인기 있는 수강신청 과목이라고 회자되고 있기는 하나 많은 대학에서 글쓰기 과정을 개설하지는 않고 있다.
둘째는, 솔직히 배웠다고 해도 잘못 배운 경우가 많다. 학창시절에 글쓰기를 배운 전공자도 있다. 문학을 전공한 학생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학창생활에서 배운 글쓰기는 문학적 글쓰기에 치중되어 있다. 감정을 전달하는 문학 작품이거나 혹은 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글쓰기에 집중되어 있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글쓰기는 감정을 전달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정보 전달 중심의 실용적 글쓰기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학창생활 동안 e-메일을 쓰는 법이나 이력서를 작성하는 법이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운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럴진대 기획서 작성법에 대한 교육이 있었을 리 없다. 아니 대학에서 기획서 작성법에 대한 과목이 없는 것이 오히려 논리적으로 타당할 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 근처 서점에서 수 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전공서적이 아닌 작문 책이라고 한다.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과학자들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남긴 글 잘 쓰는 과학자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셋째는 솔직히, 이전에 해온 대로 하려고만 한다. 기획서를 제출하도록 지시를 받는 경우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관련 자료와 기존에 작성된 기획서 양식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사내의 선배들이 만들었던 기획자료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인터넷에서 기획서 포맷을 다운로드 받아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Know-where가 Know-how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지금 진행하고자 하는 기획의 내용을 딱 알맞게 정리해 둔 그러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정말 값진 자료와 멋진 포맷은 인터넷 상에서 구하기 어렵다. 예전에 작성된 포맷을 기준으로 따라 하기에 열중하니 자신만의 포맷에 따라 기획서를 구상해 보거나 자신만의 논리를 기준으로 기획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게 된다.
기획서는 자아실현의 수단이다
우리는 기획서 작성법에 왜 이리 고민하는 것일까? 기획서 작성이 직장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하기도 하며 가장 배우고 싶은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기획력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뭔가를 기획하고 기획서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드라마에서 보듯 멋진 기획서 하나로 인생이 바뀌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라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한다.
기획을 하고 기획서를 만드는 것은 회사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 시야가 넓어지고 문제 의식을 키울 수 있다.
- 기본적인 업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 자신감이 늘어나고 일에 대한 의욕이 증가한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은 자신감의 증대로 더 많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강화하게 된다. 새로운 업무를 부여 받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자신감이 증대되면서 서서히 남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꿈꿔 오는 모습을 달성하는 자아실현을 손에 쥐게 된다.
기획을 하는 것,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사실 힘이 들고 고통스럽다. 기획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은 힘이 들게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누구나 힘들어 하는 일을 재미와 끈기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의 대가를 돌려 준다는 것을 기획에서 앞선 많은 선배들은 공통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핵심 정리
- 아이디어적 접근은 종목·장소·시상을 먼저 고민하지만 기획적 접근은 “이 행사를 왜 하는가?”라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같은 미션을 받아도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 기획서가 어려운 이유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학창시절 실용적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고, 잘못된 글쓰기를 배웠고, 예전 포맷에 의존하는 습관 때문이다.
- 기획서를 잘 쓰는 것은 회사를 위한 일이 아니다. 통찰력·문제의식·설득력이 길러지고 자신감이 증대되어 결국 자아실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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